Tuesday, March 1, 2011

보성 전어 - 고소한 가을의 전설

전어는 청어목 청어과의 난류성 물고기이다. 겨울에는 남쪽 바다로 내려가 있다가 4월 즈음에 연안에 붙기 시작하여 7월까지 산란을 한다. 이때의 전어는 맛이 없다. 살이 푸석이고 비린내도 심하며 고소함도 적다. 산란을 마친 후에도 내만에서 열심히 먹이 활동을 하면서 살을 찌우는데, 8월 중순을 넘어서야 기름이 지고 살에 탄력이 붙는다. 전어의 고소함이 최절정이 이르는 시기는 추석을 전후한 보름간이라는 게 일반적인 '설'이나 당해의 날씨에 따른 변수가 커 정확한 것은 아니다. 가을의 찬바람이 일어 전어가 남쪽의 깊은 바다로 나아가기 바로 직전의 것이 가장 맛있다고 할 수 있는데, 따라서 전어 맛이 최절정에 이르는 그 짧은 순간에 있는 전어를 즐길 수 있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 2010년 올해는 바닷물의 온도가 낮아 전어가 연안에 잘 붙지도 않았으며 찬바람이 일기도 전에 먼 바다로 빠져나가 어획량은 극히 적다.
  • 1 회천면 율포의 어항이다. 막 들어온 어선이 어획물을 내리고 있다. 전어는 적었다.
  • 2 벌교시장의 즉석 전어회 판매대이다. 이런 전어회 좌판이 곳곳에 있다. 오른쪽 포장되어 있는 것이 전어회이다.
  • 3 대한다원 입구에 있는 삼나무 길이다. 보성에는 차밭만큼 이 삼나무 길이 유명하다.


찬바람이 일어야 제맛이 난다
전어는 난류성 어류이므로 남해안에서 많이 잡힌다. 최근에는 온난화의 영향 때문인지 동해안에서는 울진 앞바다에서도 나며 서해안에서는 인천 앞바다에서도 잡힌다. 북쪽의 동해를 빼놓으면 남한의 전체 바다에서 전어가 나오는 셈이다. 그래서 가을이면 지자체들이 저마다 "우리 바다의 전어가 맛있다" 하고 홍보를 하는데, 그 맛을 정확히 따져 어디 바다의 것이 맛있다 하고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바닷물고기 맛에 민감한 사람들은 어느 바다의 것이냐를 두고 따진다. 전어같이 연안에서 잡는 생선에 대해 특히 그 맛의 차이를 따지는 일이 많은데, 대체로 만을 기준으로 그 맛이 다름을 주장한다. 경남 창원 사람들은 진해만과 마산만의 전어를 두고 그 살이 떡처럼 차지다며 '떡전어'라고 달리 부른다. 전남 지방에서는 여수와 광양 사람들은 광양만의 전어가, 순천은 순천만, 보성은 득량만(여기서는 보성만을 포함하여 득량만이라 하였다)과 여자만의 전어가 최고라고 한다. 또, 충남 보령과 서천에서도 그 지역의 전어 맛이 특별하다며 전어 축제를 열고 있다. 전어를 관찰하면 분명 '그 좁은 바다'에 따라 때깔에 조금씩 차이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바다에 따른 전어 맛 차이는 전어가 잡히는 시기에 따른 맛 차이에 비해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바다의 전어임에도 언제의 것이냐에 따라 그 맛은 하늘과 땅이다.


보성 전어가 맛있는 이유
전남 보성은 득량만과 여자만의 평온한 바다를 앞에 두고 있다. 여자만은 육지부에 의해 항아리처럼 싸여 있으며 갯벌이 발달해 있다. 벌교읍 앞바다라 할 수 있으며 꼬막이 많이 난다. 득량만은 수심이 다소 깊고 보성의 내륙 쪽으로 모래톱도 있어 해수욕장으로 쓰고 있다. 보성의 어민들은 이 득량만에서 전어를 주로 잡으며 조그만 어항이 있는 율포해수욕장에서 해마다 전어 축제를 연다. 전어의 맛은 잡는 시기가 중요하다지만 그 먹이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전어는 플랑크톤과 갯바닥의 유기물을 먹고 사는데 득량만과 여자만은 특히 갯벌이 발달해 있어 먹이가 풍부한 편이며, 그 덕에 예전부터 보성의 전어가 맛있다고 소문이 났었다. 축제가 열리지 않는 기간에도 보성의 시장과 음식점에서는 전어를 흔히 낸다. 전어는 적어도 11월까지는 맛있다.


자연산과 양식은 구분되어야 한다
전어회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경상도와 전라도 바닷가에서나 먹었다. 가을에 수도권의 시장에 전어가 올라와도 구워서 먹었지 지금처럼 회로 먹지는 않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전어를 수족관에 살리는 기술이 없었으니 수도권의 소비자들은 죽은 전어로 어찌 회를 쳐 먹는가 하였다. 그러나 바닷가라 하더라도 그때는 살아 있는 전어를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전어는 배에 오르면 금방 죽기 때문이다. 전어는 죽은 것도 아가미를 눌렀을 때 핏물이 나오지 않는 것이면 충분히 싱싱하므로 회로 쳐도 된다. 1990년대 말에 들면서 수도권에 갑자기 전어 붐이 일었다. 가을이면 수도권의 온갖 술집에서 전어회와 전어구이를 내었다. 소비자들이 양식 광어와 우럭에 물려 '잡어' 맛을 들이기 시작한 시점이었으며 마침 전어를 수족관에 살리는 기술이 보급되어 전어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자 온 국민은 가을이 되면 꼭 전어를 먹어야 한다는 강박까지 가지게 되었다. 공급량이 따르지 못하자 양식이 시도되었고,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식 전어가 시장에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 시장과 식당 등에서는 전어를 두고 자연산과 양식을 구분하지 않는다. 광어와 우럭, 대하 등 양식이 되는 것은 이를 구별하여 판매하는 것이 상식으로 되어 있는데, 전어는 그렇지 않다. 전어는 자연산과 양식을 눈으로도 맛으로도 구별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자연산과 양식을 구분하지 않고 판다는 것은 문제이다. 바로잡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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