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파프리카라 부르는 고추는 유럽에서 개량된 고추이다. 특히 네덜란드에서 개량한 품종이 국내에 많이 심어지고 있다. 파프리카와 비슷하면서 조금 다른 고추가 있는데, 이를 우리는 피망이라 부른다. 피망(pimientos)은 프랑스어로 그냥 고추이다. 유럽에서는 어찌 부르든지 간에 우리나라에서는 피망과 파프리카가 그 맛과 때깔이 다른 고추인 것으로 소비자들은 확실히 구별하고 있다. 파프리카는 과육이 두툼하고 부드러우며 단맛이 있고, 피망은 과육이 얇고 매운맛이 약간 난다. 또 파프리카는 빨강, 오렌지색, 노랑, 녹색 네 종류가 있으며, 피망은 빨강과 녹색 두 종류가 있다.(이는 물론 국내에서 재배되는 품종만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파프리카와 피망이란 단어는 유럽에서는 모든 고추를 이르는 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고추 중 일부의 품종을 이르는 말로 쓰이고 있다고 여기면 된다.
이 외래어에서 오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 피망은 1970년대 초부터 국내에서 본격 재배되었는데, 단고추(단맛이 나는 고추)라고 명명되어 한때 피망보다 자주 쓰이었다. 1990년대 중반 파프리카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여기에도 우리식 이름을 붙였다. 파프리카도 단맛이 나니 단고추이고 색깔이 다양하니 착색단고추라 명명하였다. 단고추까지는 언중이 받아들이는 듯하였으나 착색단고추는 그 어색함에 거부되었다. 착색이라는 말은 '인공으로 색을 입혔다'는 의미로 읽혀 농산물에 붙일 만하지 못하다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착색단고추가 언중에 의해 거부되자 그나마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던 단고추도 더불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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